본문 바로가기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세계 각국 사람들 인터뷰

일본 – 생활 속의 조용한 절제, ‘무인(無印)의 삶’

키워드: 일본 미니멀리즘, 무인라이프, 정리정돈 문화

 

일본의 미니멀리즘은 공간과 일상을 정돈하는 철학적 접근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도쿄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아야코’의 실천 방식이 있다. 그녀는 2DK 아파트에서 거주하며,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한 구조적인 생활 방식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효율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생활 공간은 목적별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으며, 각 공간에는 최소한의 기능성만을 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엌은 조리만을 위한 장소이며, 거실에는 좌식 소파 한 개와 간단한 조명이 있을 뿐이다. 침실은 침대와 단 하나의 스탠드 조명만을 두고, 시각적 자극을 최대한 줄인 채 휴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단순한 ‘비움’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이다. 아야코는 미니멀리즘이란 물건을 줄이는 행위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용성 중심의 소비, 브랜드보다 기능을 중시하는 소비 태도는 그녀의 일상 전반에 반영되어 있다.

특히 그녀는 일본에서 대중적으로 확산된 '무인양품'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단순하고 절제된 디자인, 목적성 있는 구성품, 브랜드 노출 없는 형태 등은 일본식 미니멀리즘의 대표적인 특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정리정돈을 일상의 리듬으로 만드는 데 효과적이며, 시각적 피로를 줄이고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그녀는 매일 아침 10분 동안 집 안을 둘러보며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를 자문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는 단순한 정리 루틴이 아니라 자기 점검의 리추얼로 기능하며, 스스로의 상태와 공간의 흐름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일본의 미니멀리즘은 불편함을 감내하는 절제가 아니라, 균형과 여백을 추구하는 감각 중심의 실천으로 발전하고 있다. 외형적인 단순함 속에서 깊은 내면적 집중과 안정감을 추구하는 방식이 특징이며, 일상을 의식적으로 구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세계 각국 사람들 인터뷰

스웨덴 – ‘라곰(Lagom)’의 가치로 완성된 균형 잡힌 삶

키워드: 스웨덴 미니멀리즘, 라곰 철학, 삶의 균형

 

스웨덴의 미니멀리즘은 ‘라곰(Lagom)’이라는 고유한 문화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는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함’을 의미하며, 소유와 소비, 공간과 시간의 균형을 중시하는 생활 방식이다. 스톡홀름 외곽에 거주하는 ‘에밀’ 가족은 라곰 철학을 일상 속에 적용하며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다.

그들은 일주일에 한 번 가족 회의를 열어, 각자의 방과 공동 공간에서 ‘불필요하게 많아진 것’이 없는지 함께 점검한다. 이를 통해 자녀들 역시 물건을 정리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고,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형성되었다.

소비 방식에서도 이 철학은 그대로 반영된다. 에밀 가족은 가구나 생활용품을 선택할 때 디자인보다는 내구성과 지속 가능성을 우선시하며,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지양하는 방향으로 생활 패턴을 정돈하고 있다. 이러한 실천은 미니멀리즘이 단지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 환경과 사회를 고려한 삶의 태도임을 나타낸다.

에밀은 미니멀리즘을 통해 삶의 리듬이 조율되었다고 표현한다. 물건을 줄이는 행위는 단순히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속도를 낮추고 여유를 확보하는 수단이었다. 그는 아침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거실 창문 앞에서 10분간 조용한 시간을 갖는다. 이 습관은 라곰적인 미니멀리즘의 일상화된 형태이며, 실천의 강요가 아닌 생활의 리듬으로 작동한다.

또한, 스웨덴의 미니멀리즘은 공동체적 성향을 띠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 내에서도 물건의 재활용, 나눔 마켓, 교환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덜어냄의 가치를 공유’하는 문화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스웨덴식 미니멀리즘은 절제보다 조화, 극단보다 균형을 중시한다. 라곰이라는 개념은 일상적인 선택 속에서 자신에게 적절한 선을 설정하도록 도와주며, 불필요한 과잉을 피하면서도 결핍되지 않는 삶의 기준을 제공한다.

 

미국 – ‘디지털 디톡스’로 찾은 심플한 자유

키워드: 미국 미니멀리즘, 디지털 미니멀리즘, 정보 과잉 해소

 

미국의 미니멀리즘은 디지털 환경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
텍사스 오스틴에 거주하는 IT 기획자 '에반'은 기술 중심 사회 속에서 정보 과잉에 지쳐가던 중,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는 물리적인 물건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던 것이 바로 무제한의 정보와 연결성이라고 말한다.

그의 일상 변화는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SNS 앱과 뉴스 앱을 모두 삭제하고, 휴대폰은 침실 밖에 두는 습관을 들였다. 하루 평균 6시간 이상 사용하던 스마트폰은 어느 순간 1시간 이내로 줄었다. 에반은 이를 통해 업무 집중력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불안감과 피로감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또 하나의 실천 전략으로 ‘디지털 소비 기록’을 꼽았다. 하루 동안 자신이 검색한 키워드, 열어본 웹페이지, 소비한 유튜브 영상 목록을 수기로 적는 것이다. 이 작업은 자신이 어떤 자극에 민감한지 파악하게 해주었으며, 필요 없는 정보 소비를 자각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디지털 사용 습관은 점차 선별적이고 의도적인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에반은 이러한 디지털 미니멀리즘이 물리적 미니멀리즘보다 실천이 어려웠다고 언급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물건은 보이지 않으면 생각나지 않지만, 정보는 눈앞에 없어도 계속 머릿속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정보 단식을 통해 자신만의 사고 공간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고 강조한다.

그는 일주일에 하루는 완전한 오프라인으로 지낸다. 이메일, 메시지, 인터넷 검색 등을 일절 차단하고, 책을 읽거나 손글씨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방법을 회복했다고 설명한다.

에반의 사례는 미국 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디지털 미니멀리즘 트렌드를 상징한다. 물리적 비움이 아닌, 정보와 연결의 선택적 관리가 삶의 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식 미니멀리즘은 도구와 데이터에 대한 주체적인 통제력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대한민국 – 관계를 비워낸 후 시작된 진짜 미니멀리즘

키워드: 한국 미니멀리즘, 관계 미니멀리즘, 감정 정리

 

대한민국의 미니멀리즘은 공간과 물건을 넘어 인간관계와 감정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1인 가구 구성원 ‘정민’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계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다. 과거에는 SNS를 통해 다양한 인간관계를 유지했으나, 오히려 관계가 늘어날수록 내면의 피로는 더 깊어졌다.

정민은 더 이상 타인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정돈하기로 결심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연락처 정리였다. 일상적으로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 유지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들을 정리하면서 휴대폰 연락처는 300명에서 7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 과정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닌, 감정의 해방이기도 했다.

또한 SNS 계정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삭제하고, 일상 공유를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뚜렷하게 느낀 변화는 자신의 행동이 타인의 반응에 의존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좋아요’나 댓글을 통해 확인받지 않아도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감정 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민은 이어 감정 미니멀리즘으로 확장했다. 쌓여 있던 미안함, 억울함, 자책 등의 감정을 종이에 기록하고 태워 없애는 방식으로 내면의 비움을 실천했다. 물건을 버릴 때의 시원함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감정적 해방감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러한 관계와 감정 중심의 미니멀리즘은 대한민국의 사회 구조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경쟁, 비교, 속도 중심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물건보다 더 무거운 것이 바로 감정과 관계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관계 정리’와 ‘감정 미니멀리즘’을 핵심 주제로 삼은 책과 강연, 커뮤니티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정민의 사례는 대한민국 미니멀리즘이 단순한 정리 수단을 넘어, 존재의 본질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타인의 기대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 삶. 그 안에서 비로소 자신만의 삶의 리듬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