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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충분함’의 기준을 바꾸는 연습: 더 이상은 바라지 않기로

충분하다는 감각을 잃어버린 일상에서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택배 상자를 열며 순간적인 기쁨을 느끼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물건을 잊은 채 방 한구석에 치워 두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는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한 달 수입이 많지 않아도, 언제나 '더 가지면 좀 더 편해질 것 같다'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사들였습니다. 소비는 피로를 푸는 도구가 되었고, 새 물건은 저에게 당장의 안정감을 주는 도피처 같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했습니다. 물건은 많아졌는데, 마음은 더 비워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이런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진 적이 있습니다. "나는 얼마나 더 가져야 만족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는 순간, 중요한 사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물건 자체를 원했던 것이 아니라, 물건이 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감정을 갈망하고 있었습니다. 뭔가를 새로 사면 행복해질 줄 알았고, 그 기분은 처음엔 분명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점점 더 짧아졌고, 물건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감정의 공백은 커졌습니다. '갖는 것'이 아닌 '갖고 나서의 감정'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결국 제가 빠져 있던 것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심리적 소유의 굴레였습니다. 물건을 통해 나 자신이 괜찮다고 확신받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그 확신이 물리적 대상에 묶여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해서 쌓아올렸던 소비의 탑. 그게 바로 제가 끊어내야 했던 중독이었습니다. 이 깨달음은 제 미니멀리즘 실천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시간. 그때부터 저는 '가짐'보다 '느낌'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물건을 치우는 일이 곧 나의 감정을 돌보는 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비교에서 벗어났을 때 비로소 기준이 생겼습니다

제 삶을 되돌아보면, 진짜 원하는 것을 선택한 적보다 남들과 비슷한 선택을 한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친구가 산 신상 가방을 보면 괜히 나도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았고, 유튜브 속 삶의 루틴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아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스스로 원해서라기보다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이상적인 틀에 맞추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그 기준은 항상 외부에 있었고, 저는 그 안에서 초조하고 지친 상태로 매일을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니멀리즘을 시작하면서 그런 비교의 늪에서 조금씩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를 바꿔놓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나는 정말 이 물건이 필요해서 갖고 싶은 걸까, 아니면 이걸 가진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일까?” 이 질문은 저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많은 선택들이 실제로는 비교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그 감정은 끝이 없는 줄다리기처럼 저를 몰아붙이고 있었던 겁니다. 그 후 저는 소유 기준을 완전히 새로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만든 새로운 기준은 단순하고 명확했습니다. 지금 이 물건이 내 삶에 꼭 필요한가? 이게 없다면 정말 불편할까? 이 물건이 내 감정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줄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물으면서 삶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지만, 내면에서 무언가가 깔끔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는 외부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저 자신만의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내면의 평온도 따라왔습니다. 그 감정은 무엇보다 귀한 것이었습니다.

 

줄이는 실천 속에서 나를 알아차리는 연습

물건을 줄이겠다고 결심했을 때 저는 대단한 계획부터 세우진 않았습니다. 대신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부터 하나씩 줄여보기로 했습니다. 옷장 안 입지 않는 옷, 사용하지 않는 앱, 감정이 얽힌 오래된 소품들. 작은 것부터 정리해 나가면서, 제 삶도 함께 정돈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은 실천은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건 하나를 버리면서 ‘이걸 왜 갖고 있었지?’라는 질문을 하게 되고, 그것은 곧 제 감정을 되짚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특히 선택의 기준을 정리하는 과정이 저를 바꿔놓았습니다. 예전에는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언젠가’는 거의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지,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지, 나를 더 집중하게 해주는지를 기준 삼아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남겨야 할 물건과 보내야 할 물건이 확연히 구분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업은 곧 ‘물건 정리’를 넘어 감정 정리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감정이 담긴 물건을 놓아주는 과정은 깊은 내면의 전환을 만들어냈습니다. 과거의 추억이 담긴 물건, 실패한 목표를 떠올리게 하는 기록들, 오래된 관계를 상기시키는 사소한 편지까지. 이 모든 것은 눈에 보이는 ‘짐’이자, 마음속의 ‘응어리’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것들을 정리하며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마웠어, 이젠 보내줄게.” 그렇게 감정과도 작별하면서, 공간뿐 아니라 제 마음도 점점 가벼워졌습니다. 결국 실천 단계는 감정과 연결되어야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은 바라지 않기로, 지금을 충분히 누리는 연습

이제 저는 ‘더 이상은 바라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욕망을 억누르는 행위가 아니라, 욕망을 이해하고 다루는 방식의 전환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늘 목표가 있어야 했고, 뭔가를 더 가져야만 불안이 사라진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불안은 결핍이 아니라, 기준이 흔들릴 때 생긴다는 것을. 저의 충분함은 외부의 소유가 아니라, 내부의 감정에서 시작된다는 것을요. 그런 기준을 세우니 심리적 안정이 찾아왔습니다.

욕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광고 한 편, SNS 게시물 하나만으로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욕망을 억누르기보다 “나는 왜 이걸 원할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연습을 합니다. 대부분의 욕망은 외로움, 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더군요. 그 감정을 이해하고, 충분히 안아주면, 굳이 새로운 무언가로 감정을 덮지 않아도 괜찮아졌습니다. 저는 제 안에서 스스로를 채우는 힘을 기르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욕망 절제의 방법이라고 느낍니다.

이제는 더 이상 외부 기준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더 많은 것을 갖지 않아도 되고, 더 눈에 띄는 삶을 살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만든 작고 단단한 기준 안에서, 조용히 저다운 삶을 만들어 가는 일이 가장 값진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미니멀리즘은 소유를 줄이는 일이 아니라, 감정을 돌보고 삶을 재설계하는 여정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더 이상은 바라지 않아도 충분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은 저만의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이 되었습니다.

 

‘충분함’의 기준을 바꾸는 연습: 더 이상은 바라지 않기로